불교이야기

등신불 중에서 소신공양 (김동리 작)

달빛소나타 2018. 7. 15. 09:17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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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때부터 만적은 화식을 끊었고 말을 잃었다

이듬해 봄까지 그가 먹은 것은 하루에 깨 한 접시씩  뿐이었다 (그때까지의 목욕  재계는 말 할 것도 없다 )

이듬해 이월초 하룻날, 그는 법사스님(운봉 선사)과 공양주 스님 두 분 만을 모시고 취단식을 봉행했다

먼저 법의를 벗고 알몸이 된 뒤에, 가늘고 깨끗한 명주를 발끝에서 어깨까지 (목 위만 남겨 놓고) 전신에 감았다

그리고는 단 위에 올라가 가부좌를 개고  앉자,두 손을 모아 합장을 올렸다 그리하여, 그가 염불을 외기 시작하는 것과 동시에

,곁에서 들기름 항아리를 받들고  서 있던 공양주 스님이 그의 어깨에서부터 기름을 들어 부었다

기름을 다 붓고 취단식이 끝나자, 법사스님과 공양주스님은 합장을 올리고 그 곁을 떠났다


기름에 전  만적은 그때부터 한달동안 (삼월 초 하루까지) 단 위에서 움직이지 않았다

가부좌를 갠 채, 합장을 한 채 ,숨 쉬는 화석이 되어 가고 있었다

이레에 한 번씩 공양주 스님이 들기름 항아리를 안고  장막(장막,흰천으로 장막을 치고 있었다)

안으로 들어오면, 어깨에서부터 다시 기름을 부어  주고 돌아가는 일밖에 그 누구도 이 장막 안을 엿보지 못했다


이렇게 한달이 찬 뒤, 이날의 성스러운 불공에 참여하기 위하여, 산중의 스님들은 물론이요, 원근 각처의 선남선녀들이

모여들어, 정원사 법당에 앞 넓은 뜰을 매웠다

대공양 (大供養 -소신공양을 가르킴)은 오시  (午時) 초에  장막이 걷히면서 시작되었다

오백을 헤아리는 승려가 단을 향해 합장을 하고 선 가운데  ,공양주 스님이 불 담긴 향로를 받들고 단 앞으로 나아가

만적의 머리 위에 얹었다

그와 동시, 그 앞에 합장하고 선 승려들의 입에서 일제히"아미타불'이 불리어지기 시작했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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